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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누가 가면을 쓴 사탄인가?

기사입력 2020.12.01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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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직자가 목격한 증언과 이를 거짓말이라며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이라고 한 대통령을 지냈던 전두환 씨의 회고록 중에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법정으로 이슈화 됐다.

     

    가톨릭교회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통해 고백한 내용이 가면을 쓴 사탄이라는 전두환 씨의 회고록이 사자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30조비오 신부가 증언한 1980521일 군 헬기가 광주에서 사격을 한 것을 사실로 인정했다. 전두환 씨가 해당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위사실을 적시한 회고록 내용은 사자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사실 이 재판의 쟁점은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조 신부의 증언이 사실인지 여부였다. 즉 성직자가 목격한 증언의 진실성 여부였다. 성직자의 증언과 한 국가의 최고 통치자였던 전두환 씨의 법정 싸움은 누가 가면을 쓴 사탄이냐에 대한 사탄논쟁으로 비화 됐다.

     

    재판부는 조비오 신부의 증언이 거짓이냐 진실이냐는 문제였다. 이 증언이 거짓이 될 경우 전두환 씨의 주장대로 조비오 신부는 졸지에 가면을 쓴 사탄이 되고 만다. 전두환 씨는 거대한 종교적 담론의 용어를 가져와 자신의 주장에 대한 정당성으로 입증하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증인 진술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등을 인정해 1980521500MD 헬기가 위협사격을 넘어서는 수준의 사격을 한 것을 인정했다. 법정에 무고죄의 근거로 삼는 증인선서를 한 증인 16명 가운데 8명의 진술을 충분히 믿을 수 있고 객관적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하여 적어도 3심제도를 채택한 대한민국 사법부의 1심에서 전두환 씨가 조비오 신부를 향하여 가면을 쓴 사탄이라는 공격은 이제 자신에게로 향할 형국이 되어 버렸다. 대법원에 상고되어 1심 재판부의 판결 취지대로 확정된다면 전두환 씨는 가면을 쓴 사탄이라는 역공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비오 신부의 증언에 대한 사탄발언이 영적으로 가져올 그 파장을 예상 못하고 이런 말을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권력은 종교에 대한 발언을 늘 조심해야 한다. 조심을 넘어 긴장해야 한다. 국가 권력이나 정치권이 종교와의 문제를 접근할 때에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해야 한다.

     

    종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헌법 제20조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종교와 국가기능의 엄격한 분리를 선언하고 있으므로, 종교의 자유에 속하는 종교적 집회결사의 자유는 그 성질상 일반적인 집회결사의 자유보다 광범위한 보장을 받는다. 이 또한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 취지이다.

     

    일반적인 집회결사의 자유보다 종교적 집회결사의 자유가 광범위하게 보장된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의회는 종교를 만들거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금지하거나,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 그리고 정부에 탄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는 국민의 기본권에 의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코로나19 방역보다 종교활동이 우선한다는 판결과 맥을 같이 한다.

     

    종교의 자유는 인간의 정신세계에 기초를 둔 것으로서 인간의 내적 자유인 신앙의 자유를 의미하는 한도 내에서는 밖으로 표현되지 아니한 양심의 자유에 있어서와 같이 제한할 수 없는 것이다.

     

    대외적 신앙 행위의 자유가 질서유지를 위해 당연히 제한을 받아야 하는 공공복리를 위하여서는 법률로써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나 하나 다음과 같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도록 하여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된 종교의 자유의 본질에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종교를 제재하기 위한 권력의 수단으로 법률를 만들려고 할 때 그 권력은 전 종교인들로부터 저항을 받을 것이다.

     

    국민보건의 관점에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전염병 지역에서 시한부로 종교적 의식이나 종교적 집회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경우처럼 심각한 위험을 막기 위해서 불가피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종교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때 종교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필요성 여부의 판단기준으로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리를 생각할 수 있고, 제한의 정도에 대한 판단기준으로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리과잉금지의 원칙을 어긴 신앙실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바로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허영, 한국헌법론, 422. 참조).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증(코로나19)에 대해 전염병 지역에서 종교적 행위의 표현인 예배에 대한 국가행정의 금지행위는 이해하나 예방적 조치로 대한민국 전 지역를 대상으로 예배금지의 조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종교의 자유 침해로 비화될 수 있다.

     

    종교적 집회결사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하여 설립된 종교단체에 대하여는 그 조직과 운영에 관한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하도록 하지 않고 특정 목적을 위해 종교를 제재하고 말살하려는 정책과 법률을 제정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종교인들이 그들을 제재할 것이다.

     

    이 교훈은 이번 조비오 신부가 가면을 쓴 사탄인지, 전두환 씨가 가면을 쓴 사탄인지의 여부에 대한 담론에서와 같은 성격이 될 것이다. 국가 권력이나 특정 권력자들이 종교를 제재하고 제재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앞장설 때에 저항을 받을 것임을 인지하여야 한다.

     

    국가 권력이나 정치인들은 종교를 이용하려 하지도 말고, 반대로 종교는 국가 권력이나 정치인을 이용하려 해서는 안된다. 역사적으로 인간의 정신세계에 기초한 종교를 제재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종교인들에게 죽음을 요구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저항했음을 인지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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