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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국가의 세력을 의지하지 아니하고

기사입력 2020.08.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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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는 국가의 세력을 의지하지 아니하고 오직 국가에서 각 종교의 종교적 기관을 안전 보장하며 동일시(同一視)함을 바라는 것 뿐이다.”(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정치 제2장 제2조 제2)

     

    교회는 국가의 세력’, 즉 국가의 권력에 의지하지 않는 것을 중요한 원리로 삼고 있다. 이것이 장로교 정치원리 중에 하나이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 총독부는 종교를 통해 조선인을 황국신민으로 동화시키려는 목적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종교 자체를 존중하기보다 종교의 사회적 기능을 이용하여 조선인을 일제의 충성스런 국민으로 만들고자 했다.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 내 1922년에 구성된 총독부교섭위원회는 거의 상비부와 같은 존재였으며, 1940년까지 총회의 특별위원회로서 계속 활동하였다. 이는 총독부와 교섭하는 것이 교회의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는 의미이며, 총독부와 교섭하는 일이 없이는 교회의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는 해마다 열리는 총회에 참석하는 총대들의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기차를 이용할 경우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총독부와 교섭하여 그들을 설득하고 아부해야만 했었다.

     

    총대들의 총회 참석비용은 개인이나 노회가 아니라 장로교회 총회가 부담하였다. 총회는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총대가 많이 몰려 있는 서북지역에서 총회를 개최하려고 하였으며, 또한 총독부와 교섭하여 여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일을 위해 1912년 총회에서 초대 총회장에 언더우드를 선출하였다. 언더우드는 한국의 첫 목사 선교사라는 점도 참조 되었겠지만 일제와 관계를 맺고 있는 그로 하여금 모든 일을 교섭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리고 다른 임원은 한국인에게 맡겼지만 회계는 미국 북장로교선교회 블레어 목사에게 맡겼다. 모든 재정은 아직까지 미국 선교회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금강산기독수양관 역시 일제 총독부의 소유 토지를 임대하여 수양관을 건축하고 제20회 총회(19319)를 금강산 수양관에서 열고 봉헌식을 가졌다. 그러나 총독부는 총회를 통해 신사참배 결의를 하여 목적을 이룬 다음에는 임대를 허락해 주지 않았다.

     

    193911월까지도 임대 연장이 거절되면서 더 이상 사용하지 못했다. 결국 19416월에 해제되었다. 일제에 의존했던 총회는 신사참배를 결의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총독부는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나면서 일제는 금강산 수양관을 더 이상 임대해 주지 않았다.

     

    일제 총독부에 충성한 결과(신사참배 결의)는 참담했다. 조선예수장로교회 총회가 수양관 하나 단독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조선인과 그리스도인을 황국신민으로 만들려는 일제에게 10년 넘도록 신세를 지며 수양관을 유지하고 그마저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 것은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수치스러운 일들이 또다른 형태로 오늘날에도 계속된다. 국가의 세력과 국가권력을 의지하여 교회의 본질을 지켜나가려고 하는 발상은 바로 일제 강점기의 잔재와 같다. 국가 권력자를 잘 알고 있고 친교를 맺고 있다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정신은 성경의 원리와 하나님의 섭리에 반한다.

     

    국가 권력이 자신들에게 의존하고 아부하게 하려는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다면 멀지 않는 장래에 그 국가 권력에 의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종교 지도자들이 국가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국가 권력은 종교를 이용하여 종교의 힘을 해체하려고 해서도 안된다.

     

    국가 권력은 본연의 자리가 있다. 그 본연의 지리에서 일탈할 때 이를 지적하는 것이 기독교에서 말한 선지자적인 사명이다. 종교가 제 자리의 역할에서 벗어날 때, 정교분리를 오해하여 이제 종교가 국가 권력의 틈바구니 속에서 정치를 하려고 할 때 종교의 기능과 힘은 사라질 것이다.

     

       <미국 북장로교 한국 선교회사> 에서 선교  50년(1884-1934년) 희년을 맞이하여 결론적으로 기록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우리들은 기억해야 한다.

     

    "선교사들과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십자가의 복음을 계속해서 전파하는 일만이 한국교회의 뛰어난 성장을 지속시키고 한국을 속히 그리스도의 것으로 만드는 일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잘 인식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는 100년 넘게 언제나 그 자리에서 사명을 감당해 왔다. 그 어느 누구도 이를 해체할 권한은 없다. 오랜 세월 동안 지켜온 예배의 본질과 설교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 우리 목회자들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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